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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04 22년간 함께 한 녀석을 버리다.

22년간 함께 한 녀석을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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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에는 모처럼 방청소를 했습니다. 방의 레이아웃도 바꾸어보고 하느라 하루내내 시간을 썼습니다. 재 작년에 이사를 오고난 후에도 사실상 짐만 옮겼지 제가 가지고 있던 것들은 정리하지 않고 있었는데 마침 아내가 첫째 아이를 위해서 제 방의 책장을 옮기면서 겸사겸사 정리를 하게 된 것이죠. 무엇보다도 제가 고등학교 2학년(1984년) 때부터 써오던 의자를 마침내 버리게 되었습니다. 정말 지저분하고 팔걸이도 다 휘고 했지만 결혼한 이후에도 가져와서 주욱 사용했던 의자라 나름 애착이 있는 물건이지요. 22년간 집에 오면 이 녀석에게 몸을 기대어 책을 읽고, 프로그래밍이나 인터넷등을 하고, 음악을 듣곤 했으니까요. 제 방에는 이 녀석을 대신할 다른 의자가 있긴 하지만 이 녀석 만큼 제 몸에 착 달라 붙지는 않네요. 그래서 의자를 다시 살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높이와 적당한 쿠션을 가진 녀석으로요. 하지만 다시 익숙해질려면 역시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문득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 접어들 때의 느낌이 떠오르네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대학교 입학할 때, 처음으로 회사라는 곳에 들어왔을 때의 기대와 걱정들,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뒤로하고 다른 회사로 이직했을 때 느껴지는 약간의 두려움,긴장 그리고 기대감과 같은 느낌들이죠. 의자하나에 이러저러 생각이 나는 것은 최근의 여러가지 환경 변화도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의자가 나에 맞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엔 내가 의자에 몸을 맞추어 익숙해 지듯이 새로운 환경이 닥치더라도 스스로 두려움이나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이번 주말에는 제 맘에 드는 의자가 있을지 가구매장을 둘러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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