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회사!, 좋은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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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계기는 아는 후배 몇몇이 모여서(아무튼 무지무지 부지런한 친구들입니다) "슬랙" 이라는 책을 공역해 내놓았다고 해서 책의 목차를 보다보니 그리고 요즘  "Happier" 라는 책을 보고 있는데  이것저것 머리속에서 생각나는 게 있어서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제 얘기를 조금 할까요? 저는 아주 운이 좋게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에 드는 회사를 두번이나 입사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회사는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첫번째가는 회사가 되었죠. 그 회사는 사실 퇴사한 사람은 다시 입사를 잘 안시켜주는 데거든요. 그런데 타이밍이 잘 맞아서 재입사도 하게되었고 한마디로 들락날락 한 거죠.  2000년도에 나와서 자그마한 벤처회사를 3년 약간 모자라게 다닌 것 빼고, 2008년도에 현재의 직장으로 옮긴 지금도 역시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안에 드는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소위 남들이 말하는 "좋은 회사"를 16년 넘게 다니고 있습니다. (어떤 분에겐 염장을 지르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해하진 마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이런 회사들이 "좋은 직장" 이었을까요? 그렇다고도 말할 수 있고 그렇지 않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일정에 쫓겨 학대를 하는 듯한 분위기의 프로젝트를 끓임없이 드라이브하는 회사이더라도 내가 속해 있는 그 부서와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서 "좋은 직장" 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주도가 되고 무언가를 성취한다는 느낌을 꾸준히 가질 수 있다면 좋은 직장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합니다. 성과를 중심으로 직원을 드라이브 하는 회사의 경우 일을 하는 담당자 역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공감이 없이 기계적으로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똑같이 일정에 쫒기고 힘든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더라도 이러한 압력을 잘 완화시켜주고 끓임없이 동기부여를 해주면서 잘 끌어가는 팀도 있고 그렇게 어렵지 않은 업무인데도 내분이 일고 사내 정치에 휘말리고 엉망이 되버려서 분위기가 엉망인 팀도 있습니다. 리더의 탓일 수도 있고 속해 있는 팀원 개개인  탓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그 팀자체의 문제인 거죠.

결국  "좋은 직장"이라는 것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아닌 자신이 속해 있는 팀과 업무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생각됩니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신의 관심과 몰입 정도에 따라서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직장, 어떤 이에게는 최악의 직장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관심과 몰입을 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남의 말에 쉽게 상처받고 남의 탓을 하고 주어진 일이 힘든 경우  회피하거나 미루고자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니까요. 하지만 함께 일하는 리더가, 팀원들이 이러한 부분들을 서로 토닥거려주고 도와줄 수 있다면 가능해지겠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 성취감도 느끼게 되구요.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리더를 만나기도 그런 동료와 함께 프로젝트를 하기도 힘들 뿐 더라, 본인 스스로도 그런 역활과 협업을 잘 해 나간다는게 쉽지 않죠.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좋은 회사" 를 다니는 것만으로도 위안삼으면서  회사를 다니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3년간 벤처에 있을 때를 생각해보면 결코 그 회사는 "좋은 회사" 는 아니였습니다. 다니는 회사가 작다보니 제 개인 신용도도 함께 떨어지더군요. 그 바람에 신용대출이 불가능해지고 연봉은 연봉대로 줄어들고. 하지만 그때의 업무는 정말 신이 났습니다. 무언가 될 것 같고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 스스로 생각하고 일을 하고 심지어 일을 만들어서 하고 아침 일어나서 공부도 하고. 만든 걸 들고 영업하러 다녀보기도 하구요. 힘들었지만 자신이 주도가 되고 직접 부딪혀 보는 그 희열은 느낀 신 분만 아실 겁니다. 결국엔 회사는 점점 사정이 안좋아지고 하는 일들이 점점 루틴해지고 결정적으로 제가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점점 늘어가면서 저는 다시 고민고민 끝에 원래 다니던 회사에 재입사를 했습니다.

물론 먹고 사는게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면  "최악의 회사, 최악의 직장" 이라도 다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선택과 기회가 자신에게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그래 여기가 최고의 회사이니까..." 라는 생각에 그냥 눌러 앉아 있다면 , 그저 자신이 버닝되고 있고 목표없이 지내고 있으면서도 그저 "좋은 회사" 라는 이유만으로 그 직장에 남아 있는 거라면 스스로를 빨리 되돌아봐야 합니다. 점점 마음과 몸이 다 망가져 버리게 되버리니까요. 저 역시 그랬었죠.  그래서 10년전에 잘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벤처로 옮긴 이유가 여럿 있었지만 당시 너무 버닝 되고 있던 제 자신에 대해서 자신이 점점 회의가 들고 있을 때 기회가 생겨서 조인을 했었죠.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내가 여기서 그동안 다닌 경력을 아까워 하고 "이 회사도 나쁘지 않고 좋은 회사인데" 이런저런 생각에 진정 자신이 선택한 일을 하지 못하고 스스로 타협하면서 지내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그러다가 명예퇴직이다 머다 하면서 더욱 큰 상처와 회사와 사회에 대해서 큰 실망을 하게 되는 거죠.

다시 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첫번째 회사에 입사에서 1년차부터 8년차때까지가 저에게는 가장 힘들었고 "아 이렇게 일하다 죽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저에겐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과 함께 일하던 선배와 후배와 존경하는 리더가 있었으니까요.  객관적으로 보면 미친듯이 자신을 버닝하면서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버리고 있는 거였지만 그 당시 분위기속에서는 스스로를 학대하고 있는 것 조차 느끼지 못하고 스스로를 대견스러워 하면서 열심히 일했었죠. 그나마 저 같은 경우는 난 편입니다. 제 스스로의 성취감이 있고 그 일을 하는 순간만큼은 몰입하고 즐겼으니까요.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세요.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인지 진정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하고 선택하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는 매우 괴롭고 힘들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순간엔 늘 희망과 재미있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새로운 자유가 있으니까요. 이건 순전히 제 경험에 의해서 나온 얘기라서 동의안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해주고 싶었던 얘기였습니다.

"먹고사는게 걱정된다" 그렇다면 정말 할 수 없겠죠. 꾹 참고 다닐 수 밖에요.
하지만 "그래도 먹고 살만하다"라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세요.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세요.

그럼 제가 지금 다니는 회사는 분명 "좋은 회사" 인데 ... "좋은 직장" 일까요? 음.... 비밀입니다.

; 오늘도 두서 없는 포스팅이었습니다. 휘리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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